기후변화가 농작물 재배환경에 미치는 영향

기후변화는 농업을 포함한 모든 산업분야에서 미래 사회의 변화를 주도할 매우 중요한 사안이자 국제적으로도 핵심 이슈가 되고 있다. 기후변화는 생태계, 산업․경제, 생활양식 등 인간 활동 전반에 걸쳐 광범위한 파급효과 및 사회경제적 비용 증가를 초래하고 있다. 농업은 본질적으로 대표적인 기후 의존형 산업으로써 기후변화에 따라 매우 민감하게 영향을 받으며, 기후변화의 주요 원인인 온실가스의 흡수구이자 배출구의 역할을 하고 있다.

기후변화는 농업 생태계, 농경지 면적, 재배 기간 및 지역 등 농작물의 재배환경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칠 뿐만 아니라 경제, 사회, 정치, 행정, 기술 등 다방면에 걸쳐 간접적인 영향을 주고 있다. 특히 기온상승에 따른 재배적지 변동, 병해충 피해 증가, 농업 생태계 교란 등 기후변화가 농작물의 재배환경에 미치는 영향은 매우 클 것으로 예상된다. 기후변화에 따른 농작물 재배환경의 변화는 가뭄, 장마, 태풍, 폭설, 이상기후 등 다양한 자연현상의 형태로 나타나고 있다. 기후의 급격한 변화는 농산물 품질관리의 어려움, 수확량 감소, 신종 병해충 발생, 농업 경영성 악화 등 농업과 농촌 환경을 심각하게 위협하고 있다.

기상재해로 인한 농산물 수급의 불안정과 가격 급등은 세계적인 애그플레이션(agflation; agriculture와 inflation의 합성어로 농산물의 가격이 상승함에 따라 일반 물가도 함께 오르는 현상)을 야기하여 소비자 물가 상승 및 사회적 문제를 발생시키기도 한다. 예를 들면, 2010년 세계적 밀 생산지인 러시아에 폭염과 가뭄이 장기간 지속되면서 밀의 공급량이 전년 대비 약 27% 감소하자 곡물 수출금지 조치로 인해 국제 밀 가격이 급등하였다. 우크라이나는 보리 수출을 2009년 대비 50% 정도로 제한하였으며, 파키스탄은 양파 가격이 2배 이상 올라가자
2010년 1월 양파 수출을 중단하였다. 이와 같이 기상이변으로 인해 각 국가들이 자국의 식량 수급 안정을 위해 피해 농산물의 수출을 제한하거나 중단하기 시작하면서 국제적으로 식량안보의 문제가 새롭게 대두되기도 한다.

이러한 기후변화 위험성과 농작물 재배환경의 악화에도 불구하고 이에 대비한 우리나라의 중장기 정책 대안은 아직 미흡한 실정이다. 농작물 재해보험과 같이농가피해 보상에 중점을 둔 단기성 정책은 근본적인 처방이 될 수 없으며, 그나마 이와 같은 정책 프로그램의 수도 많지 않다. 기후변화에 따른 농작물 재배환경 변화에 대한 연구는 주로 농업부문별 온실가스 배출량, 지구 온난화에 따른 식생분포의 변화, 기후변화 전망 등 주로 지구 환경과 에너지 관련 분야에 제한적으로 집중되어 있다.

반면에 미국, 유럽, 일본 등의 선진국과 여러 국제기구에서는 기후변화와 자원에 대한 관심이 매우 높으며, 특히 지구 온난화, 가뭄, 이상기후로 인한 식량자원고갈 등 앞으로 다가올지 모르는 위험성과 불확실성에 대비하고 있다. 물론 해외연구에서도 다른 산업분야에 비해 기후변화가 농작물 재배환경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연구는 상대적으로 적지만 장기간의 데이터 구축을 통해 다양한 연구 및 정책적 아이디어가 제시되고 있다.

본 연구는 이러한 문제의식에서 출발하여 지금까지의 주요 연구방향과는 달리 기후변화가 우리나라 주요 농작물의 재배환경에 어떠한 영향을 미치는 지에 대하여 살펴보고자 한다. 그 구체적인 방법으로 국내·외 기후변화 현상, 기후변화가 농작물의 기상 및 생물 환경에 미치는 영향, 기후변화에 대한 대응방안 등을 제시하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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