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 문제에서 커뮤니케이션이 중요한 이유는

현대사회는 화재, 홍수 등 전통적인 재해를 넘어서 메르스(MERS), 지카 바이러스(zika virus) 등의 신종전염병이나 사이버 범죄 등의 디지털 위험까지 새로운 유형의 위험들과 마주하고 있다. 이러한 신종 재난은 그동안 우리 사회가 직면해 왔던 전통적인 재난과는 다른 성격을 지니는데, 그것은 바로 ‘불확실성’ 이다.

과학 기술의 발전과 함께 우리 삶에 편재된 위험들은 불확실성이 매우 높은 반면, 제한된 정보와 시간 내에서 의사결정이 이루어지는 특징을 보인다. 우리 사회는 메르스 사태, 조류독감의 창궐 등을 통해서 정보의 불확실성이 과학자 집단에 대한 공중의 불신을 불러오고, 이는 곧 사회 갈등으로 이어진다는 것을 경험하였다. 따라서 높은 불확실성을 보이고 있는 현대사회의 위험은 일반 공중과의 효과적인 커뮤니케이션을 위한 새로운 접근이 요구된다.

현대사회의 다양한 위험 중 매우 높은 불확실성을 지닐 뿐만 아니라, 전 지구를 위협하는 문제로 등장한 것이 ‘환경 위험(environmental risk)’이다. 지구온난화에 따른 기후변화, 미세먼지와 같은 공기 질의 문제, 녹조(綠藻)현상과 같은 수질오염의 문제 등 환경 위험이 날로 심각성을 더해가고 있다. 또한 자연재해나 생태계 변화와 같이 인간이 만들어 낸 환경 위기는 전 세계에 막대한 손실을 야기할 뿐만 아니라, 인류의 지속가능한 삶에 위협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윤순진, 2009a). 따라서 환경 문제가 최근에는 ‘기후 안보’, ‘환경 안보’ 등 안보의 관점에서 다뤄질 정도로 우리 사회의 주요한 의제로 부상하였다.

그 중에서도 지구온난화가 원인이 된 기후변화 문제는 전 지구를 위협하는 인류공통의 문제이다. 산업혁명 이후, 화석 연료의 사용으로 인해 온실가스가 지속적으로 증가하였고, 이것이 누적되어 지구온난화 현상을 초래한 것이다. 지구온난화로 인한 피해는 다양한 모습으로 나타나고 있는데, 실제로 국내에서는 2016년 여름 유례없는 폭염이 지속된 바 있다. 그 해 8월 서울의 평균 최고기온은 34.3도(℃)를 기록했고, 경북 경산에서는 40.3도까지 기온이 올랐다. 질병관리본부에 따르면 2016년 폭염으로 인해 2,000여 명의 온열질환자와 17명의 사망자가 발생했으며, 수온상승으로 인한 적조(赤潮)와 녹조(綠潮) 현상2)이 심화되는 등 환경오염 피해도 심각하였다.

이러한 지구온난화로 인한 극한 기후 현상은 국내에서만 발생한 일시적 현상이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발생빈도와 피해 규모가 확대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그 예로, 2003년 유럽에서 발생한 폭염과 2011년 태국의 대홍수 사태를 비롯하여, 2015년
파라과이의 국가비상사태까지 불러온 홍수 피해5) 등이 있다.지구온난화 현상과 더불어 미세먼지 역시 중요한 환경이슈로 부상하였다. 뉴스를 통해 날씨예보를 확인 하듯, 미세먼지 예보 또한 매일 미디어를 통해 확인해야 하는 시대가 된 것이다. 미세먼지와 같은 공기 질의 문제는 건강과 더불어 일상생활에 까지 영향을 미치고 있다. 경제협력 개발기구(이하 OECD, Organization for Economic Cooperation and Development)가 2016년 발표한 보고서에서는 2060년이면 OECD 회원국 가운데 우리나라가 대기오염으로 인한 조기 사망률이 가장 높을
것이며, 경제적 피해도 가장 클 것으로 예상했다(신호경·강종훈·김은경, 2017.03.23.).
이와 같은 지구온난화와 미세먼지와 같은 환경 위험 외에도 열대우림의 파괴, 동물들의 멸종위기, 수질 오염 및 환경 호르몬 등 환경을 매개로 노정되는 위험의 범위와 피해가능성은 점차 확대되어 가고 있다.

이처럼 환경 위험에 따른 불확실성은 앞으로 더욱 증가할 것이며, 이러한 불확실성은 소득수준에 따른 계층 간의 갈등, 정보의 차이에 따른 인식의 격차, 복지와 안전의 문제 등 사회 갈등으로 확산될 여지가 충분하다(한빛나라, 2016). 그러므로 지구온난화나 미세먼지와 같은 환경 문제의 경우, 과학적 검증을 통해 구성된 객관적 정보만으로는 위험이 구성되기에 부족하며, 사회 구성원들의 활발한 논의가 수반되어야 한다(김영욱·이현승·이해진·장유진, 2015). 다시 말해서, 환경 위험의 문제는 이제 국가차원의 대응뿐만 아니라 일반 공중의 심각성 인식을 제고하는 한편, 능동적인 대처와 행동을 이끌어 내기 위한 논의가 시급하다.

하지만, 일반 공중이 환경 위험에 대해서 정확하게 인지하는 것은 쉽지 않다. 왜냐하면 환경 위험의 경우 다양한 종류의 위험들과 얽혀있으며, 이로 인한 피해 역시 복잡한 양상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가령, 지구온난화 문제는 해수면 상승, 빙하의 해빙 등 1차적 피해를 비롯하여 폭염, 폭우, 환경오염, 생태계 파괴 등의 2차적 피해와 같이 다양한 종류의 위험들과 복잡다단하게 얽혀있어 이에 대한 인과 관계를 정확히 파악하는 것이 거의 불가능하다. 뿐만 아니라, 이러한 환경 위험으로인한 피해는 단기간에 나타나는 것이 아니라 장기간에 걸쳐 누적적으로 발생한다는측면에서도 일반 공중들이 그 심각성을 낮게 인지할 가능성이 높다(송해룡․김원제,
2014). 이러한 환경 위험의 심각성이나 피해가능성에 대한 위험인식이 낮을 경우, 관련 정책에 대한 지지나 수용, 그리고 위험을 완화하기 위한 행동 등의 의사결정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에서 공중과의 보다 적극적인 소통이 필수적이다(Smith & Leiserowita, 2012).

또한 환경 문제에서 커뮤니케이션이 무엇보다 중요한 이유는 그 피해가 일반 시민의 삶에 직접적으로 연결되어 있으며, 대응과 해법 또한 시민 한 사람 한 사람의 관심과 실천행동에 의지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지금까지의 환경 위험에 대한 논의는 피해 예측 가능성 등에 대한 기술적 논의와 경제적 피해 산정과 같은 경제학적 논의에 집중되어 왔다. 반면 일반 공중의 이해를 높이고, 참여를 이끌고자하는 커뮤니케이션학적 논의는 상대적으로 매우 부족했던 것이 사실이다(이기영․ 이진균․임연수, 2015).

따라서 위험 커뮤니케이션 차원에서 환경에 대한 위험인식과 친환경행동의도를 높일 수 있는 변인들에 대해 과학적으로 검증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또한 실무적으로 환경 위험에 대한 일반 공중들의 인식을 높이고, 환경 정책에 대한 지지 혹은 일반 공중의 보다 적극적인 참여를 위한 PR 활동이나 캠페인 전략을 구성하는데 기여할 수 있는 발전적 연구가 필요한 시점이다.

이에 본 연구는 환경 위험에 대한 인식을 제고시키는 한편, 환경 위험을 완화하기 위한 친환경행동의도를 높이기 위해서 어떻게 위험 메시지를 구성하는 것이 효과적인가를 해석수준이론을 적용하여 밝혀내고자 한다.

해석수준이론(CLT, Construal Level Theory)은 심리적 거리감에 따라 촉발되는 개인의 해석수준에 따른 태도와 행동 변화를 설명한 것으로, 환경 위험에 대한 심리적 거리감과 해석수준 메시지에 따라 위험인식과 친환경 행동에 미치는 영향에대해 살펴볼 수 있다. 본 연구에서 해석수준이론에 주목한 이유는 환경 위험에 대해서 사람들이 지금보다는 먼 미래에, 내가 있는 곳보다는 먼 곳에서 발생할 것이라고 예측하는 경향이 높으며, 또한 그로 인한 피해가 나보다는 다른 사람에게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다(Spence & Pidgeon, 2010). 해석수준 이론에서는 이처럼 현재의 나와 떨어져 있는 정도를 ‘심리적 거리’라고 하는
데, 이것을 어떻게 제시하느냐에 따라서 사람들의 판단과 해석에도 영향을 미칠 수있다는 것이다. 그러므로 심리적 거리는 위험인식과 이에 대한 대처행동이나 예방행동 등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으며, 더 나아가 심리적 거리와 해석수준에 대해 메시지 차원의 검증을 통하여 그 결과를 커뮤니케이션 전략에 적용이 가능하다.

그동안 해석수준 이론은 마케팅 분야에서 소비자 행동이나 질병 관련 위험 등을 중심으로 논의 되어 왔다. 하지만 환경 위험의 경우 그 피해와 손실이 개인적 차원보다는 사회적 차원에서 고려되기 쉬우며, 개인의 행동으로 인한 이익과 손실의 관계에 대해서 명확히 인지하는 것이 쉽지 않다. 따라서 이러한 상황에서도 해석수준이론에서 밝혀진 변인들이 여전히 효과적인지를 검증하는 것은 해석수준 이론에 대한 연구 주제의 확장이라는 측면에서도 학술적으로 매우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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