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화(globalization), 국경을 넘는 교류 및 협력 증대

국제화(internationalization)가 기존의 국민국가(nation state)체제 하에서 국가들 간 교류와 협력이 양적으로 증대되는 현상을 말하는 것임에 반해, 지구화(globalization)란 국경을 넘는 교류 및 협력이 증대하면서 지구촌 전체가 정치, 경제, 문화 등 제반 분야에서 단일한 체계로 통합되어 가는 현상을 가리킨다.

지구촌이라는 단어가 잘 상징해 주고 있듯이 지구화란 지구를 하나의 전체로 인식하려는 사회문화적 측면을 포괄하는 복합적현상이다. 물론 국제사회의 현실은 전적으로 국제화의 상황에 놓여 있지도, 전적으로 지구화의 상황에 놓여 있지도 않다. 국제화 및 지구화의 두 현상이 중첩되어 있는 가운데, 전자에서 후자로의 진행이 보다 뚜렷하게 관찰되기는 하지만, 그 반대의 흐름이 보다 돌출되기도 하는 일종의 혼조적 상황에 놓여 있다고 할 수 있다.

한동안 지구화의 흐름이 주된 흐름으로 자리를 잡아가는 듯하였으나, 주지하듯이 동유럽, 북아프리카, 그리고 시리아 등 중동지역으로부터 유럽으로, 그리고 남미로부터 미국으로 피난 혹은 구직 목적의 이주 현상이 크게 증대되는 현상이 발생되고, 여러 나라들의 경제 상황이 침체에서 벗어나지 못하면서, 특히 2008년 미국발 국제적 금융위기 발생으로 무역과 자본이동이 정체하게 되는 것을 계기로, 자국우선주의에 입각하여 지구화에 역행하는 탈지구화(deglobalization)의 흐름이 강화되기 시작한 것이 혼조적 상황에 처하게 된 이유이다.

이러한 혼조적 양태를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사건이 지구온난화의 주범인 이산화탄소 배출 감축에 관한 파리협약이다. 주지하듯이 지구온난화가 지구의 존립에 초래하게 될 문제의 심각성을 인식하여 무려 195개국 정상들이2015년 12월 프랑스의 수도인 파리에 모여, 2100년도까지 지구의 평균 기온을 1.5° C~2° C 범위에서 억제할 것을 목표로 각 국가별 이산화탄소 배출 감축량을 정하고, 이를 2020년부터 실시할 것을 골자로 하는 국제협약에 서명하였다. 이는 자국만의 이익보다는 인류 공동의 생활 터전인 지구의환경 악화를 방지하는 데 협력하겠다는 성숙한 인류의식 혹은 세계시민 의식이 거둔 성과라 평가할 수 있는 것이었다.

그러나 2017년 등장한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는 같은 해 6월 미국우선주의 기치 하에 이 협약으로부터 탈퇴를 선언하였다. 국제사회의 주요한 플레이어인 미국은 이 이후 지구촌 문제를 풀기 위한 국제사회의 협력이라는 흐름에 역행하는 행태를 지속해 오고 있다. 물론 탈지구화적인 현상은 유럽과 동아시아 소재 다수의 다른 나라들에서도 어렵지 않게 관찰되고 있다.

다양한 나라들에서 민족주의 및 극우 포퓰리즘 정치세력이 약진하고 있으며, 2019년 일본이 한국에 대해 수출규제를 부과한 사례와 같이 자국의 이익을 위해 지구화의 주요 부분이었던 국제분업체계를 뒤흔드는 일마저 발생되고 있다.

이와 같은 탈지구화의 흐름은 원초적이고 노골적인 인종주의에 입각한 자국 우선주의의 양상으로 나타나기 보다는 나름의 이유를 내세우며 자신들의 배타주의를 정당화하는 특징을 지닌다. 즉 자신들과 인종적으로 다르게 생겼기 때문에 특정 이주민들(혹은 외국인들)을 싫어하는 것이 아니라, 이들이 능력과 노력에 비해서 과도한 특혜를 받거나 범죄를 저지르기도 하고, 또 자신들로부터 기회를 빼앗아 가기 때문에 멀리한다는 것이다. 또는 외국인이어서 싫어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들의 일자리와 삶의 터전을 위협하기 때문에 이주노동자들을 경계하는 것이라든지, 혹은 지저분하거나 병균 및 바이러스를 옮겨 오기 때문에 제한을 가해야 한다는 등이 그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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